서유럽의 숨은 보석이라 할 수 있는 포르투갈에서 마주치는 풍경은 이국적이면서도 정겨운 느낌이다. 대서양을 향해 흘러가는 강물, 신비롭고 동화적인 미누엘 양식의 건축물, 골목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구성진 파두 가락 등 그 끝을 알 수 없는 매력이 여행자의 마음을 파고든다. 알수록 감동과 여운이 오래가는 포르투갈 여행의 8가지 키워드를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자 한다.
1. 대항해 시대
포르투갈의 엔리케 왕자가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500여 년전 대서양 너머 또 다른 세상이 있다고 믿은 엔리케 왕자는 항해사, 지도 제작자 등을 모아 원정대를 꾸렸다. 그들은 거친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고, 오직 나침반 하나에 의존해 새로운 항로를 찾아냈다. 바스쿠 다 가마는 인도를, 페르난두 알바레스 카브랄은 브라질을 발견하며 후추와 금을 가득 싣고 금의환향했다. 그렇게 대항해시대의 포문을 연 포르투갈은 15세기 황금기를 맞는다. 지금도 포르투갈 곳곳에는 대항해 시대가 남긴 유적과 유물들이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편, 19세기에 이르러 독일 지리학자들은 엔리케 왕자에게 '항해왕' 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었다.
2. 마누엘 양식
마누엘 양식이야말로 대항해 시대가 남긴 위대한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포르투갈의 건축사는 마누엘 양식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유럽의 변방이었던 포르투갈은 문화를 늘 한 박자 늦게 받아들이는 레이트 어댑터였는데, 마누엘 양식을 꽃피우며 포르투갈 고유의 건축미를 한껏 발산하게 됐다. 마누엘 양식이란 밧줄, 닻, 범선, 등 대항해 시대의 상징물을 모티브로 하는 후기 고딕 양식의 일종이다. 마누엘 양식의 걸작으로 리스보아의 제로니무스 수도원가 벨렝탑을 꼽는데, 눈길이 닿는 곳마다 정교하고 섬세한 장식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마누엘 1세가 제로니쿠스 수도원을 지으며 완성된 건축 양식이라 그의 이름을 따 마누엘 양식이라 부르게 되었다.
3. 아줄레주
'반질하게 닦인 돌'에서 유래한 아줄레주는 유약으로 그림을 그려 넣은 포르투갈 특유의 타일 장식이다. 주로 푸른색과 흰색으로 역사적 순간이나 자연 풍경 등의 그림을 그린다. 마누엘 1세가 스페인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의 기하학적 무늬를 세긴 타일에 감명받아 신트라 왕궁을 비슷하게 꾸민 것이 시초가 되었다. 아줄레주는 왕궁, 성당 등 유적뿐 아니라 가정집 건물 외벽이나 기차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포르투갈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줄레주를 보려면 포르투의 상 벤투 기차역, 신트라 왕궁의 아랍방, 리스보아의 아줄레주 국립박물관으로 가면 된다. 아줄레주로 꾸민 집들로 가득한 거리를 거닐고 싶다면 리스보아의 알파마나 포르투의 히베이라 강변을 찾아보자.
4. 트램
세상에는 두 종류의 도시가 있다. 트램이 있는 도시와 트램이 없는도시. 땡땡 종소리를 내며 오래된 트램이 다니는 도시에는 대개 과거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고, 옛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기 마련이다. 포르투갈의 수로 리스보아와 제 2의 도시 포르투에서는 빛바랜 건물 사이로 빈티지 트램이 오간다. 리스보아의 트램은 봄꽃처럼 주변을 환하게 밝혀주는 노랑색, 무작정 타기만 해도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좁은 골목을 지나 주요 관광지로 데려다준다. 단, 대책 없이 느린 속도의 여행의 템포도 늦춰버린다. 그저 창밖을 바라보다 마음에 드는 풍경을 만나면 그 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것이 트램의 묘미. 포르투의 트램은 강렬한 빨강색과 베이지색 2가지. 빨간 트램은 구도심을 누비고, 베이지색은 덜컹이며 강변을 달린다.
5. 파두
애절한 가락이 가슴을 파고드는 포르투갈 전통 노래. 숙명을 뜻하는 라틴어 파툼에서 유래된 이름처럼 서민들이 삶에서 겪는 애환을 담고 있다. 기쁨을 표현한 가사를 들어도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사우다데' 때문이다. 한국의 '한'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 어렵듯이 포르투갈 사람 고유의 정서가 사우다데로 표현된다. 이는 '간절한 바람'이라고도 해석한다. 파두는 크게 리스보아와 코임브라 2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리스보아는 여가수들이 우세하며 구슬픈 가락과 가사가 주를 이룬다. 반면 코임브라는 주된 테마가 사랑 고백으로 밝고 로맨틱하며 오직 남자들만 부른다. 파두 문외한이라면 파두의 여왕,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노래를 듣거나 여행 중 파두의 집 '카사 두 파두'를 찾아보자. 객석과 무대가 가까워 가수의 호흡까지 느낄 수 있다. 파두를 부를 때에는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으며, 반주는 파두 전용 기타와 베이스 기타 등 소규모 밴드가 담당한다.
6. 포트와인
달콤하거나 더 달콤한 맛 밖에 없는 포트와인은 포르투갈 북부 도우루 강 상류의 알투 도우루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드는 디저트 와인이다. 초콜릿이나 치즈, 시가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포트와인이란 이름은 영국에 수출하던 항구 이름 '오모르토'에서 유래했다. 지금도 포르투의 빌라 노바 드 가이아에는 포트와인을 만들고 저장하는 와이너리들이 즐비하다. 대부분의 와이너리마다 와인 저장고를 둘러보고 2~3종류의 와인을 시음하는 와이너리 투어를 운영하며, 이는 포르투갈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이다.
7. 축구
포르투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에우제비우, 데쿠, 루이스 피구 등 세계적인 축구선수를 여럿 낳은 축구 강국이다. 1934년 창단된 포르투갈의 1군 축구 리그는 프리메이라 리가라 불리며, 스폰서 노스의 이름을 따 리가 노스라 칭하기도 한다. 프리메이라 리가에 속하는 포르투갈 전역의 여러 팀 중 시즌마다 랭킹이 높고, 팬들의 수도 많은 대표적인 팀 3곳은 빅3라 불리는 S.L.벤피카(리스보아), FC포르투(포르투), 스포르팅CP(리스보아)이다. '선택 받은 자' 또는 '항해사'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포르투갈의 국가대표팀은 현재 주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유명세와 실력으로 꾸준히 견제 받는 팀이다.
8.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포르투갈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의 보고이다. 알쿠바사 수도원, 산타 마리아 다 비토리아 수도원 등 중세의 유적부터 포르투 역사지구, 에보라 역사지구, 신트라 문화경관처럼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 밖에도 제로니무스 수도원, 코임브라 대학, 알투 도우루 와인 산지 등 유네스코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세계유산'으로 인정하는 유산이 무려 15곳에 이른다. 때로는 숨 막힐 듯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때로는 세월의 흔적과 역사가 깃든 유적을 보여주는 세계문화 유산을 마주하다 보면 포르투갈 여행이 한층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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