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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핀테크

금융을 바꾸는 핀테크 서비스(1)

by 김덕환 2016.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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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페사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는 세대들에게는 '월급봉투'라는 말이 조금 낯설 것이다. 월급봉투란 말 그대로 급여, 상여금 등을 담는 봉투로, 1970년대까지는 직장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였다. 두툼한 월급봉투를 들고 퇴근해서 가족들과 함께 외식하는 것이 당시 직장생활을 하던 사람들의 큰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금융업이 발달해 급여가 계좌로 자동이체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이 월급봉투는 1980년대 이후 사라졌다. 월급봉투, 즉 현금으로 급여를 받던 시기에는 인근의 은행을 찾아가 받은 월급을 다시 입금했다. 그런데 계좌로 자동이체되면서 입금을 위해 은행을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ATM이 널리 보급되어 입출금의 편의성이 더욱 좋아졌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ATM 보급 대수가 282대로 캐나다, 미국, 일본 등을 크게 앞서며 1워를 차지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나라처럼 은행과 ATM을 사용하기 편리한 환경, 금융 인프라가 갖춰진 곳은 많지 않다. 반면에 은행계좌를 만들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금융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도 있다. 세계은행과 리서치 전문기업인 갤럽이 공동 발표한 '글로벌 핀덱스 2014'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20억 명이 아직까지 은행계좌를 갖고 있지 못하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은 인구의 20% 정도만이 은행계좌를 보유하고 있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이런 척박한 금융 환경이 때로는 핀테크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핀테크 서비스를 통해 금융기업이 접근하는 못하는 방법으로 편의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아프리카의 케냐를 꼽을 수 있다.

 

2000년대가지만 해도 케냐에서 은행과 ATM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케냐 전역에 개설된 은행 지점이 약 400개, ATM도 약 700대에 불과했다. 또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인구도 19% 정도밖에 되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이 예금, 송금등의 기보적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월급봉투를 받아 현금을 집에 보관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행 강도와 절도 등의 범죄가 빈번했다.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불편이 생겼는데, 대표적인 것이 송금이었다. 은행의 도움 없이는 멀리 있는 가족과 지인에게 돈을 보낼 방법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이 직접 돈을 가져가거나 우편을 이용했고, 심지어 버스기사에게 부탁해 전달하기도 했다. 따라서 당연히 분실과 강도, 절도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케냐의 통신사인 사파리콤에서 출시한 엠페사(M-PESA)다. 엠페사는 케냐에서 사용하는 스와힐리어로 모바일 머니를 의미하는 모바일 송금 서비스다. 휴대전화번호를 은행계좌처럼 사용해 입출금, 송금, 결제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엠페사 대리점을 방문해 모바일 유심카드를 발급받고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엠페사를 이용할 수 있는 대리점이나 동네 슈퍼, 잡화상 등에서 현금을 지불하고 전화번호로 적립을 요청하면 계정에 돈이 등록된다. 송금할 때는 엠페사 송금 메뉴를 선택하고 상대방의 전화번호나 은행계좌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엠페사는 출시 초기엔 은행계좌가 없는 개인간 송금 서비스만 제공했지만 2012년 이후 지급결제, 은행계좌로의 송금, 예금과 대출 서비스도 제공할 정도로 진화했다. 물건을 살 때, 공과금을 납부할 때, 택시 이용 요금을 낼 때 등 결제 수단으로도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엠페사 대리점에서 현금을 쉽게 인출할 수 있어, 빈약한 ATM 인프라를 보완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엠페사는 케냐 인구의 38%인 1,700만 명이 사용하고, GDP의 31% 수준인 180억 달러의 자금이 거래되는 케냐의 중요한 지급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엠페사의 성공 요인은 열악한 금융 인프라를 모바일로 보완했다는 점이다. 케냐 통신청은 2014년 9월을 기점으로 자국 내 휴대번화 보급률이 80.5%에 달했다고 밝혔다. 케냐에서는 황무지 생활을 하는 유목민들도 모바일을 사용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모바일로 공과금을 납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상이고, 수도인 나이로비에서는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버스까지 운행되고 있다. 모바일은 케냐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어 인프라가 부족한 은행보다 더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4년 세계경제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케냐의 금융산업 경쟁력은 144개국 중 24위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가 80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전반적인 분야에서 케냐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 할 수 있지만,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케냐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뛰어난 편이다. 케냐가 뛰어난 금융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것은 바로 엠페사 덕분이다. 열약했던 금융 환경을 IT가 더해진 핀테크 서비스로 극복했다. 케냐의 금융 환경을 개선한 엠페사는 탄자니아와 이집트, 모잠비크 등 주변국은 물론 인도, 루마니아 등 금융 환경이 낙후된 나라를 찾아 전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트랜스퍼와이즈

 

핀테크의 사례로 엠페사를 이야기하면, 낙후된 금융 환경 덕분에 발전된 것이므로 선진 금융 환경에서는 핀테크가 발전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핀테크는 각 나라의 금융 인프라, 규제, IT기술 등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선진 금융 환경에서는 엠페사와 다른 핀테크 서비스가 충분히 발전하고 널리 사용될 수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가 전 세계로 불어닥쳐 산업이 경직되어갈 때, 영국 정부는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융합하며 핀테크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글로번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영국 핀테크 산업은 매년 74%씩 성장했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13%씩 성장했고, 전 세계 평균 성장률이 27%인 것에 비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정부가 나서서 규제 완화, 자금 지원 등 핀테크 기업을 적극 지원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예가 기술 클러스터인 테크시티다. 클러스터는 유사한 업종의 다양한 기업들이 모인 산업 집적지를 위미한다. 런던 북동부에 위치한 이 지역은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오래된 공장이나 창고로 가득 찬 슬럼가였다. 하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경쟁할 수 있는 클러스터로 육성할 목표로 테크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젼화가 시작되었다. 2008년에는 15개에 불과하면 입주 기업이 2014년에는 1,300여 개로 늘었다. 테크시티에는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신생벤처뿐만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보더폰 등 글로벌 IT 기업이 입점해 있다. 영국 정부의 노력으로 테크시티는 실리콘밸리와 뉴욕에 이어 전 세계 3위의 기술 창업 클러스터가 되었다.

 

테크시티에서 탄생한 영국의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으로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를 꼽을 수 있다. 트랜스퍼와이즈는 P2P 기반의 국제 송금 서비스로, 2011년에 설립되어 연간 200%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송금 서비스라고 표현되지만 실제로 해외 송금은 발생하지 않는다. 해외 송금을 원하는 양쪽 국가의 사람을 찾아 자국 내에서 서로 현금을 교환할 수 있도록 고객들을 매칭시켜주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일과 인도에서 서로의 나라로 송금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독일에 거주하는 사용자 A가 인도에 살고 있는 사용자 B에서 800유로를 송금하려고 한다. 반대로 인도에 사는 사용자 D가 독일에 있는 C에게 6만 4,000루피를 보내려 한다. A가 B에게 송금하면 5유로의 환전 수수료가 발생하고, D가 C에게 송금하면 400루피의 환전 수수료가 발생된다. 그러나 트랜스퍼와이즈를 통할 경우, A는 C에게, D는 B에게 각각 자국 통화인 800유로와 6만 4,000루피를 보내면 되므로 해외로 송금할 필요가 없어진다. 자국 내에서 송금되었기 때문에 환전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고, 트랜스퍼와이즈의 서비스 수수료인 1유로와 80루피만 각각 부담하면 된다. 이렇게 해외 송금이 필요한 사람을 모아 자국 내 송금으로 연결하는 서비스가 트랜스퍼와이즈다. 트랜스퍼와이즈의 저렴한 서비스 수수료만으로 해외에 송금을 할 수 있게 된다.

 

트랜스퍼와이즈를 이용하면 200파운드 이하는 1파운드, 1500달러 이하는 15달러의 수수료가 발생하고, 그 이상 금액을 0.5~0.7%의 수수료가 적용된다. 기존 방법으로 1,000파운드를 유로화로 송금하면 수수료가 20~50파운드 정도지만 트랜스퍼와이즈에서는 4.98파운드로 절감 효과가 크다. 현재 유로, 파운드, 미국 달러 등 다양한 화폐의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며 하루 평균 100만 달러 정도의 금액이 거래되고 있다. 트랜스퍼와이즈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벤처투자사인 세쿼이아 펀드와 안데르센 호로비츠로부터 5,000만 달러와 5,8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그리고 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과 버진그룹 회상 리처드 브랜슨 등에게서도 2,500만 달러는 투자받았다. 트랜스퍼와이즈는 현재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도 트랜스퍼와이즈 같은 해외 송금 서비스가 가능할까? 안타깝지만 현 상황에서는 불법이라 서비스가 제공되기 어렵다. 외국환거래법 9조에 따르면 외국환 중개 업무는 인가받은 금융회사에서만 할 수 있다. 국내에서 트랜스퍼와이즈로 해외 송금을 한다면 소위 '환치기'로 외국환거래법과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이 된다. 국내에서도 토마토솔루션이라는 스타트업에서 '트랜스퍼'라는 유사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로서는 불법이기 때문에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제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P2P 송금은 이미 해외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는 서비스이므로, 핀테크 기업 육성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정책 마련을 준비 중이다. 2015년 5월, 금융위원회는 비금융회사의 플랫폼을 통해 해외에 외환을 송금할 수 있는 '외환송금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송금법을 만들 때는 법안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장치도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4년 단속한 불법 외환 거래액이 6조 7,299억 원 규모로, 2012년의 4조 3,607억 원과 비교해 2년 만에 54.3% 증가했다고 밝혔다. 세금을 피하거나 불법자금을 세탁하기 위한 불법 외환 송금이 늘고 있는 것이다. 외환송금법이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인이 신청한 일정 액수 이하의 송금만 허용하고, 송금 기록도 관리해 불법 외환 거래에 악용되지 않도록 법안을 준비해야 한다. 빠르면 2016년부터 핀테크 기업을 통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가 완화된다면 P2P 송금은 핀테크 기업에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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