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2014년 10월에 애플은 아이폰 6를 발표하며, 소문만 무성했던 결제 전략을 공개했다. 전작인 아이폰 5S에는 탑재하지 않았던 NFC의 탑재와 함께 지문인식 기능을 본인 인증으로 활용한 애플페이를 소개한 것이다.
애플은 하드웨어 설계부터 소프트웨어까지를 자체적으로 다루는 몇 안되는 회사라는 강점을 정말 잘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점 때문에 신규 기술을 도입할 때 사용자 관점에서 정말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지 않으면 신중하게 접근하는 회사로도유명하다. 대표적으로 아이팟 터치를 출시할 때 내부에 블루투스 칩을 탑재해둔 상태였음에도 블루투스 기능을 비활성화 시켜두었던 사례가 있다. 시장에 나온 기술이라 해도 완벽하게 사용할 수 없다면 문제를 해결한 뒤 OS 업데이트를 거쳐 사용할 수 있게 해 완성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NFC가 안드로이드폰에서 제공하던 기술임에도 애플이 그동안 도입하지 않았던 이유로 배터리 소모, NFC 칩의 완성도 등의 문제를 꼽을 수 있다. 그래서 애플이 아이폰 6를 촐시하며 NFC를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큰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고객이 NFC를 켜고 끄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은 점과 개발자가 NFC관련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SDK를 제공하지 않은 점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안드로이드폰은 사용자가 NFC를 켜고 끄기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이는 배터리 소모 등을 우려해 고객이 선택할 수 있게 자유도를 높여준 것이지만, 모바일 결제 사업자에게는 어떻게 하면 NFC를 켜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거리를 안겨주었다. 반면 아이폰은 고객이나 결제 사업자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애플이 결제가 필요한 상황에 NFC 기능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즉, 애플이 허락하지 않으면 모바일 결제 사업자가 아이폰의 결제 기능을 활용할 수 없다는 말이다. 안드로이드폰을 완전히 개방한 구글과 달리 애플은 NFC 통제권을 직접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애플페이는 아이폰 6와 6+, 그리고 아이패드 에어2와 애플워치에서 지원되는 NFC 결제 서비스 브랜드다. 아이폰 5와 아이폰 5S는 NFC가 탑재되지 않았지만 NFC가 내장된 애플워치와 연동해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15년 3월 기준으로 매국 내에서 맥도날드, 나이키 등을 포함한 22만 개 가맹점을 확보했고, 메이저 신용카드사를 포함해 500개 금융기관과 제휴했다. 2015년 1월 말 기준으로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카드의 비접촉 결제액 중 3분의 2가 애플페이를 통해 결제되는 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애플페이는 먼저 나온 자사의 서비스들과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우선 지문인식 기능인 터치ID를 통해 본인 인증을 하고, 모바일 월렛인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패스북을 통해 등록된 신용카드를 관리한다. 애플페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등록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아이튠스 계정에 이미 신용카드 정보가 저장되어 있어 이것을 패스북으로 내려받아서 사용할 수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아이튠스 계정에는 146개 국가 8억 개의 신용카드 정보가 누적되어 있다. 아이튠스 계정에 등록된 신용카드 정보를 활용해 애플페이를 즉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NFC자체가 신기술이 아님에도 애플페이가 화제가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던 애플의 NFC 도입으로 NFC 결제가 오프라인 경제의 주요 방안으로 시장에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오프라인에서 두 가지 결제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 QR코드나 바코드를 통해 결제하는 앱카드나 NFC 모바일카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반면에 아이폰 소지자들은 앱카드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이는 시장 전체 관점에서 모바일 결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었다. 전체 플랫폼에서 가능한 서비스와 특정 플랫폼에서만 가능한 서비스의 격차는 크다. 그런 의미에서 애플의 참여는 그동안 미온적이던 전 세계 카드사들에게 시장이 무르익었다는 신호탄이 되었다. 두 번째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보유한 애플이 만드는 결제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애플은 예전부터 새로운 기술을 고객 관점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왔다. 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독자적으로 통제하는 애플이기에 가능했다. NFC 모바일카드는 고객 입장에서 설치와 사용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제조사, 통신사, 카드사별로 정책이 달라 모바일카드를 설치할 때는 스마트폰과 카드 소지자의 명의가 같아야 하고, 본인 인증을 위해 공인인증서를 요구했다. 설치하더라도 사용하려면 NFC 기능이 켜져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애플은 복잡한 설치 절차를 최대한 단순화했다. 애플페이에 자신의 카드를 탑재하는 것은 아이폰 카메라를 사용하고, 본인 인증은 지문인식을 사용한다. 결제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NFC가 자동으로 켜진다. 애플 특유의 심플함에 대한 철학이 적용된 것이다.
애플페이는 국내에서 주요 카드사와의 계약이 필요해 도입이 지연되고 있으나, 곧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에서 서비스되는 애플페이는 발급사로부터 결제액의 0.15%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국내 카드사로서는 복잡한 계산이 있을 것이다. 신용카드 역사상 이와 같이 강력한 단말기 제조사가 카드 산업으로 치고 들어온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단말기 제조사에 종속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을 것이다. 애플이 통신사에 대해서 강력한 주도권을 쥐고 나갔듯이 신용카드 업계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어쩌나 하는 우려와, 한편으로는 신용카드 시장이 커질것이라는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애플페이의 국내 진출이 다른 모바일 결제에 영향을 미칠까? 오프라인에서는 앱카드 결제 방식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애플 기기에서는 앱카드 외에 다른 오프라인 결제 수단이 없었으나 이제 대안이 생겼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애플이 애플페이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API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결제는 앱 내 결제에서만 사용이 가능해 PG사를 활용하고 있는 국내 온라인 가맹점에 당장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페이
삼성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겨루고 있지만 결제 분야에서는 마땅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국내 시장에서 삼성월렛이라는 모바일 지갑을 출시한 바 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통신사의 모바일 지갑과 별다른 차이 없이 접근했기 때문이다.
2014년 하반기 애플이 애플페이를 들고 나오자 삼성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성은 갤럭시 S2부터 NFC 기능을 탑재 했다. 그러나 NFC를 하나의 기능으로 제공할 뿐 세계 각지에서 통신사와 금융사가 추진하는 모바일카드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제조사로서의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안드로이드 진영은 모바일카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플레이어 간 다툼이 치열함 상황이었다. 글로번 1위 제조사라 해도 모바일 결제는 국가별 환겨이 너무 달라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지켜보자는 전략이었다.
라이벌 제조사인 애플이 NFC 기반의 오프라인 결제인 애플페이를 들고 나오자, 삼성은 대항마로서 2015년 3월 MWC에서 루프페이를 탑재한 삼성페이를 소개했다. 루프페이는 미국 벤처 기업의 이름이자 기술명으로, 신용카드 뒷면의 마그네틱 띠의 내용을 자기장으로 만들어내는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방식은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며 모바일 결제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에 혁신적이다. 삼성은 이 회사를 인수하고 갤럭시 S6 이후 모든 갤럭시 시리즈에 루프페이를 도입할 것을 선언했다. 신용카드는 뒷면의 마그네틱 띠 안에 카드번호, 유효기간, 검증번호 등 중요한 정보가 들어 있다. 삼성전자에 인수되기 전, 루프페이는 이 정보를 스마트폰과 연결된 리더기를 통해 읽어 들였다. 삼성페이는 루프페이 기술을 도입하면서 갤럭시폰의 카메라를 통한 문자 인식 방법으로 카드번호를 인식했다. 따라서 별도의 신용카드 마그네틱 띠를 읽기 위한 리더기가 필요하지 않다. 이 정보를 암호화해 스마트폰 내부에 저장해두고 결제 시 지문인식을 통해 본인임을 인증하면 자기장을 형성해 결제를 유도한다. 이때 3인치 이상 떨어지면 결제기에서 읽을 수 없도록 자기장을 약하게 발생시킨다. 사용자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 결제되지 않게하기 위한 조치이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아니라면 결제 조작 방식을 간편하게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아무리 편하고 좋은 서비스라도 먼저 앱을 켜야 하는 것이다. 반면 삼성페이는 갤럭시 S6에서 화면을 밀어 올리는 손동작을 하면 바로 삼성페이가 실행되도록 만들었다. 사용자는 손동작 이후 결제에 사용할 카드를 결정하고 신용카드 결제기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된다. 삼성을 삼성페이에서 단말기 제조사로서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한것이다.
삼성페이는 국내에서 앱카드 협의체의 카드사 6곳과 협의된 상태로, 갤럭시 S6 출시 후 2015년 9월경 출시 예정이다. 삼성이 인수하기 전 루프페이가 벤처로서 2014년 초반 국내에 소개되었을 때 많은 논란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불법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는데, 국내의 여신금융전문업법상 신용카드 위조와 변조로 해석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프페이는 고객 편의성이 뚜렷함에도 도입이 어려워 보였다. 삼성페이는 이 문제를 2014년 말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토큰화 기술로 극복했다. 토큰화는 2014년 하반기 지바카드와 마스터카드가 들고 나온 개념으로, 과거 버시를 타기 위한 전용 결제 수단이었던 토큰이나 카지노에서 사용되는 칩과 유사하다. 특정한 상황과 장소에서만 화폐를 대체할 수 있는 방식이다. 거래 시 16자리의 실제 카드번호가 노출되면 향후 보안 문제가 발생하기 대문에 1회성 번호로 대체해 거래를 수행하는 것으로, 실제 카드번호는 삼성페이 서버에서 카드사로 연결된 전용선 안에서만 전송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과 가맹점의 POS에는 실제 번호는 들어가지 않고 처음부터 끝가지 가상번호만 오가게 된다. 따라서 중간에 해킹당하더라도 해커는 1회성 카드 정보를 탈취하게 되어 다른 거래에 쓸 수 없다. 애플페이 역시 토큰화 기술을 사용해 보안성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페이는 토큰화를 기반으로 자기장 결제, NFC, 앱카드 결제를 모두 지원해 오프라인 결제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대로 출시될 경우 국내에 파편화되어 있는 여러 가지 결제 솔루션 중 번용성과 완결성 면에서 가장 강력한 술루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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